
도종환이었나?
모든 사람이 벽이라고 절망할 때
담쟁이는 그 벽을 기어오른다고 노래한 시인이?
사대부고의 담은 온통 담쟁이다.
그 담쟁이를 보면 조금 다른 생각이 든다.
담쟁이가 기어오르는 한계는 담이 결정하고, 인격이 성장하는 한계는 그의 절망이 결정하는 것이 아닐까?
수업 시간에 자는 여자 아이를 끝까지 깨웠다. 수업 태도 때문에 개인적 상담을 많이 한 아이였다. 집안 문제가 복잡해 교사의 힘만으로는 되돌리기 어려운 아이였다. 다른 샘들은 그냥 자게 내버려 두는 아이. 하지만 끝까지 깨웠더니 아주 짜증을 내며 집으로 가버렸다. 출석부에 표시하고, 눈 동그랗게 뜨고 있는 아이들에게 말했다.
"저녀석 사정을 잘 알고 있다. 상담을 해봤기에 어떻게 행동할 지도 안다. 하지만 난 이렇게 생각해. 학교는 공부하는 곳이고, 공부하려는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 곳이다. 내가 교사인 이상 공부하려는 아이를 도와야 하고, 교실에서도 공부하려는 아이들이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 너희 반은 공부 하지 않으려는 아이들이 주도권을 쥐려하고 많은 아이가 그것에 동조하고 있다. 하지만 그 길은 다 망하자는 이야기야. 친구를 사랑하는 것과 내가 나의 길을 똑바로 가는 것은 다른 문제다. 그리고 교실은 교육의 장이기 전에 하나의 사회적 공간이고, 사회이기 전에 정치적 공간이며, 정치 이전에 폭력의 공간이다. 너희들은 지금 집단을 이루어 교사를 겁박하려 한다. 공부하려는 아이들은 내 말을 잘 듣기를 바란다. 너희가 이 공간의 주인이 되지 않으면 너희 반은 공부하려는 아이의 지옥이 될 것이다. 너희 반이 지옥이 되어가는 것은 너희 탓이 아니나 지옥에서 기어 올라오는 것은 너희 책임이다. 세상이 지랄 같은 것이 아니라 너희가 지랄 같은 거다. 다른 이를 원망하는 눈으로 보지 말고, 담담히 말하라. 그러지 말라고"
오랜 상담을 통해 교실을 뛰쳐 나간 아이의 사정을 잘 알고 있고, 오랜 고민 끝에 교사로서의 내 소명도 잘 이해했기 때문에 다행히 오늘은 화가 나지 않았다.
담임에게 사정을 이야기했다. 담임교사는 절망의 눈빛으로 말했다.
"이제, 저도 어쩔 수 없어요."
기독교를 믿는 그 담임에게 말했다
" 성경에는 이런 말이 있어요.담대하라. 내가.세상을 이기었노라."
옆에 있던 양 샘이 웃으며 말했다.
"학원 샘, 오늘도 사리 하나 생겼겠다."
내 아이들이 내 스승이다.